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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도쿄 Tokyo

도쿄 도시마 - 구청과 아파트가 한 건물에

시청, 도청 등 새 청사 건립은 우리나라에서도 항상 이슈가 된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혈세낭비니, 호화청사니 하는 곱지않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소극적인 추진으로 인해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도쿄 도시마(豊島)구청역시 1960년대에 지어진 청사 문제로 고민이 컸다고 한다. 특히 도시마 구청은 이케부쿠로(池袋)역 인근 구도심에 위치해있었다. 이케부쿠로역은 신주쿠역(新宿)에 이어 일본에서 두번째(세계에서도 두 번째다)로 유동인구가 많은 전철역이다.


도시마구청은 오랜 기간 준비끝에 구청사를 아주 비싼 값에 민간에 임대하고, 그 돈을 활용해 약간 떨어진(그래도 이케부쿠로역과 인접해있다) 노후된 주택지역에 '민관복합형 청사'를 지었다. 물론 아파트와 상가 분양, 임대를 통해 얻는 수익도 신청사 건립에 활용했고. 기존 주민을 입주시키고 신규 분양을 한 결과, 좋은 위치 덕에 '공실률 제로'라고 한다.



도쿄 도시마구청. 사진에서 넓게 보이는 저층(1~9)은 도시마구청과 구의회, 그리고 그 위(10~48)는 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다. 도시마 구청 건물 이름은 '도시마 에코뮤즈타운(エコミューズタウン)'으로 도심 속 노후된 지역에 '민관복합형 구청'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도시마구의 신청사 건설비 총 4300억원 중 1060억원은 국가보조금으로, 1310억원은 부지 매각과 구청사 임대료로, 그리고 나머지 1910억원은 주상복합건물 민간자본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세금을 지극히 아끼면서, 낙후지역 개발과 신청사 건립을 한꺼번에 해결해냈다는 것이 놀랍다. 노후주택 밀집지역 도시재생을 위해 주민과 구청이 10여 년간 수백 차례 협의를 진행한 결과다. 구청과 아파트는 출입구가 아예 달라 주거에 불편함도 없다.


'민관복합청사'라는 것이 누구의 아이디어였느냐는 물음에 구청 직원은 갸우뚱한 표정부터 보인다. '왜 그런 걸 묻지?'라는 식으로. 이어지는 답은 "모른다. 오랜 기간 다듬어졌기 때문에 누구라고 할 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어느 구청장, 어느 시장의 업적으로 남기지 않는 모양이다. 쿨하다.






<사진설명 : 도시마 구청 1층 로비. 오른쪽 모니터에는 구의원들의 출석과 재실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 도시마 구청 내부에는 올빼미가 많다. 올빼미가 '후쿠로(ふくろう)'니까 '이케부쿠로'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구의회 본회의장. 우리랑은 구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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